스튜디오 잉/작업일지

<컬러 유어 이모션> 감정카드 제작기 06. 상담선생님

shwa 2022. 1. 4. 00:50

2020년 봄, 광주 시내의 카페 <에인트 커피>에서 전시를 했었다. 전시 이름은 <우리 내면의 소리를 찾아서>.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담은 만화를 카페에 전시하고, 방문하는 사람들도 본인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도록 한쪽에 비밀의 방을 만들어 포스트잇과 스티커, 펜들을 비치해두었다. 

사람들이 내 만화를 봐줄까? 불특정 다수가 보는 공개된 공간인데, 자신의 이야기를 남겨줄까? 걱정이 많았는데, 오픈 후에 가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들러주었고, 많은 메모들이 벽에 붙어있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가서 메모들을 하나하나 다 읽어봤다. 메모를 통해 사랑고백을 하는 사람도 있고, 코로나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여서 속상함을 토로하는 사람도 꽤 있었고, 공무원 합격이 되었으면 하는 소원을 비는 사람도 있었다. 또 가슴 아픈 이야기를 꺼내 놓기도 하고, 좋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어 적어놓는 사람도 있었다. 메모들을 보면서 속을 털어놓을 곳, 또 공유할 곳(누군가는 봐주었으면 하는)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

비밀의 방 벽면을 메운 쪽지들

전시가 끝날 무렵,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내면과 소통하는 시간' 이라는 모임을 준비했다. 감정 그리고 소통,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고, 나이 상관없이 부모와 아이, 학생, 직장인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고 공지를 해두었다.

카페에서 참여자들을 위한 쿠키과 케이크, 음료를 넉넉히 준비해주어서 감사했다!

작가와의 만남 당일, 어색한 어른들의 분위기를 풀기 위해 가장 먼저 감정카드를 활용하여 지금의 감정과 짧은 자기소개를 했다. 이런 자리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조금 떨기도 했다. 나도 사실 떨었다.

모임을 하기 전, 정말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모였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실제로 카페에서 제과를 담당하는 학생과 연기자 겸 선생님, 디자이너, 일반 회사원, 장난감 회사 마케터, 간호조무사 등 다양한 직업과 나이대의 사람들이 모였다. 카페 사장님도 바쁜 와중에 참여해서 짧지만 좋은 얘기를 해주었고, 중학교 상담교사 선생님도 참가해주셔서 더 깊이있는 대화도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서로의 직업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다양한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로 인해 더 많은 사람과 더 다양한 방법으로 전시를 기획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전시도, 작가와의 만남 이벤트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후 이 시간들을 잊고 있다가, 감정카드 리스트와 1차 일러스트 시안이 정리되었을 때 전문가 자문이 필요하여 조심스럽게 그때 만났던 중학교 상담선생님에게 DM을 보냈다.

선생님은 자신이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도와주겠다며 흔쾌히 이메일 주소를 공유해주셨고, 우리가 정리해서 질문드린 내용에 대해 너무나도 정성스럽게 답변을 해주셨다. 

S: (감사함을 주체 못하며)이분 되게 만나 뵙고 싶지 않니.. 저번에 전시하면서 잠깐 만났을 때도 엄청 좋은 분이셨는데...

W: 응 나도 저 분은 한번 만나서 얘기 나눠보고 싶어. 교구로 사용하시는 입장에서의 얘기도 궁금하고...

그렇게 선생님에게 미팅 요청을 하게되고, 내 작업실에서 셋이 만났다.

가을엔 볕이 잘 드는 나의 작업실

선생님은 밝은 표정(인사이드 아웃의 기쁨이 같은 느낌)으로, 맛있는 당근 케이크를 들고 오셨다. 당시 코로나로 인해 제대로 방역체계가 잡혀있지 않아서 맛있는 케이크를 먹으며 대화하진 못했지만... 당근 케이크는 선생님이 가신 후 정말 맛있게 먹었다.

선생님은 본인이 사용하고 있는 감정카드 여러 종류를 보여주시며 어떤 경우에 사용하는지 아쉬움은 뭔지, 어떤 부분이 보완되면 좋을지를 얘기해주셨고, 우리 카드에 대해 다양한 피드백을 주셨다. 확실히 현업에서 사용하시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으니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지 가닥이 잡혔다. 

선생님이 알려주신 게슈탈트 미디어 카드와 사이트에 들어가면 볼 수 있는 정보와 후기를 샅샅이 뒤져가며 읽었다.

대학생 때 공강 시간이면 도서관 가서 심리학 관련 서적들을 눈 반짝이며 읽었는데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선생님이 주신 의견들을 참고하여 다시 감정카드를 다듬어 나갔고, 점점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욕심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