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잉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우희가, 스토리로 올리는 질문들에 정성스러운 답변을 주시는 심리학도가 있다고 알려왔다. 이름은 '정진'이고 4학년 심리학 전공생이라고.
그때 우리는 텀블벅 오픈이 늦어지면서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람들과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콘텐츠[렛츠 토크 어바웃 이모션 Let's talk about emotion]를 올리려고 기획 중이었고, 이 질문들이 과연 적절할까? 또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다. 마침 정진님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많이 주셨고, 그 피드백을 본 우리는 팀원을 모집하게 되면 이런 분에게 제안하면 좋겠다는 얘길 했더랬다.
그리고 한 달 뒤, 정진님을 스튜디오 잉에 끌어들여야겠다! 는 마음을 먹고, 스튜디오 잉과의 만남을 제안하는 DM을 보냈다.
다행히 정진님은 스튜디오 잉의 행보에 관심이 많았다. 게다가 취업을 앞두고 직장인을 만나보는 게 소원이었다며 갑작스러운 미팅 제안을 흔쾌히 승낙했다.
만나기 전에 꽤 걱정이 많았다. 기대되는 만남을 앞두고 있으면 행동이 평소 같지 않아서 혹시나 실수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과, 혹여나 그 기대감이 정진님에게 부담을 줄까 싶어 침착하려고 꽤 노력했다(소개팅도 이보단 덜 떨릴 것이다).
만나기로 한 당일, 우희도 나도 의도치 않게 지각을 했다. 분명 도착 전까지 햇빛 쨍쨍이던 하늘이었는데, 약속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짙은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더니 우리가 만나는 시간 즈음 비를 억수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버스에서 내렸을 땐 이미 늦은 시간이었는데, 내가 우산이 없어서 우희가 우산을 가지고 내가 있는 곳으로 다시 오느라 약속 시간까지 더 늦어졌다. 그렇게 우리는 미안하고 찜찜한 마음을 가지고 만나기로 약속한 한 카페에 들어갔다.
정진님은 생각보다 바르고 멀끔한 청년이었다. 그리고 손가락이 가늘고 길고 예뻤다. 그리고 꽤 긴장한 듯 보였다.
정진님은 꽤 많이 긴장한 모습이었다. 우희와 나는 정진님에게 그렇게 어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며 웃으며 말했지만, 생각해 보면 그런 자리에서 긴장하지 않을 수가 있나 싶기도 하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7-8년 차 직장인을 만나는 기분은 어떨까? 내가 처음 인턴을 했을 때, 1년 차 선배만 봐도 나보다 훨씬 어른 같았고 3-4년 차 대리급 선배는 선생님 급 어르신 같았다.
우리는 각자 현업과 스튜디오 잉에서 맡고 있는 일을 소개하고, 스튜디오 잉이 하고자 하는 것들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영입 제안을 했다. 정진님은 살짝 놀란 눈치였지만, 분명 그건 긍정의 놀람이었다. 긴장되는 시간들이었지만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았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 하는 걸 알 수 있었다. 만나기 전 쏟아붓던 빗줄기가 액땜이라도 된 듯, 정진님과 우희와 함께한 셋의 첫 만남은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카페에서 기나 긴 이야기를 하고, 근처 레스토랑에서 저녁까지 먹은 뒤 집으로 돌아갔다.
S: 좋은 친구 같다
W: 그치! 만나길 잘한 거 같아. 일어 넘 잘 풀리니까 불안할 정도야.. 사람 보는 안목이 좋아졌다고 생각해야지...
S:ㅋㅋㅋㅋ응, 안목이 좋아진 걸 거야! 우리도 의미 있는 경험이 쌓이니까. 그걸 좋게 봐주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이지...!
W: 맞아.. 나름 내공이 생긴 것...!
우리는 헤어지자마자, 이런 카톡을 주고받으며 정진님을 이미 마음속 한켠에 데려다 놓았다.
그리고 며칠 뒤, 정진님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감정'에 대해 말해보는 [렛츠 토크 어바웃 이모션 Let's talk aout emotion]에 합류하게 됐다.
'스튜디오 잉 > 감정카드 제작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 렛츠 토크 어바웃 이모션 Let's talk about emotion (0) | 2025.01.19 |
---|---|
<컬러 유어 이모션> 감정카드 제작기 14. 케이스 제작, 방산시장 (2) | 2025.01.05 |
<컬러 유어 이모션> 감정카드 제작기 13. 위기를 기회로 (0) | 2022.02.14 |
<컬러 유어 이모션> 감정카드 제작기 12. 드로우 유어 이모션 (0) | 2022.02.13 |
<컬러 유어 이모션> 감정카드 제작기 11. 나아가기 그리고 카드 케이스 샘플 제작 (0) | 2022.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