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잉/작업일지 6

<컬러 유어 이모션> 감정카드 제작기 06. 상담선생님

2020년 봄, 광주 시내의 카페 에서 전시를 했었다. 전시 이름은 .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담은 만화를 카페에 전시하고, 방문하는 사람들도 본인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도록 한쪽에 비밀의 방을 만들어 포스트잇과 스티커, 펜들을 비치해두었다. 사람들이 내 만화를 봐줄까? 불특정 다수가 보는 공개된 공간인데, 자신의 이야기를 남겨줄까? 걱정이 많았는데, 오픈 후에 가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들러주었고, 많은 메모들이 벽에 붙어있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가서 메모들을 하나하나 다 읽어봤다. 메모를 통해 사랑고백을 하는 사람도 있고, 코로나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여서 속상함을 토로하는 사람도 꽤 있었고, 공무원 합격이 되었으면 하는 소원을 비는 사람도 있었다. 또 가슴 아픈 이야기를 꺼내..

<컬러 유어 이모션> 감정카드 제작기 05. 감정지도와 컬러링

감정 카드를 만들기 전, 어떤 감정의 카드를 만들 건지 정해야 했다. 우리는 단순하고 명확한 감정보다 미묘하고 정의하기 어려운 감정들 위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카드들은 '미묘'한 감정이 부족해서 아쉬웠기 때문에 그런 감정들을 바탕으로 120개가 넘는 감정을 정리했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들은 더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화, 미움, 우울함 등의 감정들은 더 많이 리스트에 넣었다. 간단하게 감정의 세기를 표로 정리 한 뒤에, 유의미한 조언을 줄 수 있는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감정의 종류를 넣기도 하고 빼기도 했다. 표로 분류를 하다 보니 감정이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텐데, 세기/깊이로 분류를 하는 게 맞는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배제했던 단순하고 명확한..

<컬러 유어 이모션> 감정카드 제작기 04. 컬러리스트 자격증과 참고 도서

감정카드에 들어갈 일러스트는 캐릭터도 현란한 그래픽 디자인도 아닌, 오직 색으로만 표현하기로 했다. 앞서 말했듯이 캐릭터의 이미지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이미지를 주기 어렵고, 취향 또한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직관적으로 쉽게 감정카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오직 '색'으로 표현되는 게 좋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우리가 참고했던 책은 '컬러의 힘', '감정의 온도', '인간의 130가지 감정 표현법' 등. W: 나 책 구매했어! S: 오 뭐 샀어? W: [130가지 감정 표현법] 이거랑 [컬러의 힘], 이번 프로젝트 아니어도 유용할 것 같아서 샀어. 내가 생각보다 색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것 같고 공부를 하고 싶어서. S: 나도 이론적인 건 그렇게 잘 알진 못해 ㅎㅎ W: 그렇구나.. 나중에 공부해..

<컬러 유어 이모션> 감정카드 제작기 03. 1차 기획안이 나오다

경력자와 경력자 마케터이자 기획자와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 *감정형 인간과 감정형 인간 그리고 고등학교 만화 동아리 출신 이자 10년 지기 친구. 에서 만화 동아리를 보고 안은영은 이렇게 말한다 '하긴 그렇게 폭넓고 놀라운 이야기들에 푹 젖어 사는 아이들이었으니, 쉽게 편견에 사로잡힐 리 없었다.'라고, 이 구절을 읽으면서 왜 그렇게 만화 동아리 친구들과 또 만화 좋아하는 사람들과 대화하면 마음이 편한지 알 것 같았다. 편견에 사로잡혀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차별 가득한 대화들을 거의 하지 않는 친구들이었다. 우희는 고등학교 만화 동아리에서 가까워진 친구였다. 그런 친구와 함께 일하는 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는 일을 하게 될 확률이 낮겠구나 믿어 의심치 않기도 했다. 그 덕분인지 둘 다 현업이 있는데..

<컬러 유어 이모션> 감정카드 제작기 02. 너 내 동료가 되어라

감정카드를 언젠간 만들어봐야겠다- 는 생각을 가지고만 있을 뿐, 여기저기 강연을 다니랴 일러스트, 디자인 외주 작업을 하랴 바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강연을 다니면서 계속 카드에 대한 아쉬움이 쌓여가고, 프리랜서로 홀로 일을 몇 년째 하다 보니 팀작업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게 많은 INFP답게, 혼자서 또 누굴 만날 때마다 나 이거하고 싶어! 이거 하려고! 같이할래? 협업하자! 우리 이거 같이할래! 를 늘 던지고 다녔다.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도 계속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뜻이 맞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일을 시작하게 되곤 하니까. 그 시기 즈음, 10년 지기 친구이자 지금의 스튜디오잉 기획자 우희와 자주 볼 일이 생겼다. 우희는 퇴사 후 아버지의 사업을 도와주면서 일상에 약간..

<컬러 유어 이모션> 감정카드 제작기 01. 감정카드 만들고 싶다.

시작은 이모티콘 만들기 강연이었다. 아니 그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책 출간이 있다. 2019년, 나는 이모티콘 만들기 책 를 출간했다. 단순히 이모티콘을 만들고 출시하는 방법이 아닌, 어린이들이 나를 닮은 캐릭터를 만들며 자아에 대해 고민을 해보고 난 뒤, 나의 감정을 올바르게 전달하기 위해 기본 감정을 배우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었다. 자아에 대해 고민을 시작할 시기이자 아 '나'의 감정을 언어화하기 어려운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을 위한 책이다. 사실 어린이나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감정 표현은 쉽지 않긴 하지만... 책을 쓰면서도 그랬지만, 지금까지도 보라 편집자 님에게 큰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정말 큰 역할을 해주셨다.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들에 대해 많은 도움을 주셨고 출간 이..